MatSQ Blog > Column

[MatSQ Column] #002. 인공지능 기술로 어디까지 넘볼 수 있나?

조회수 : 165,  2021-01-08 03:15:09

최근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가장 먼저 손꼽고 싶은 것은 알파고 (AlphaGo, 2016)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의 가시적인 과학적 성과이다. 최근 사용되고 있는 인공신경망 (artificial neural network)의 학습은 인류가 개발한 귀납 추론 (歸納推論, induction)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2012년 이후에 알려진 딥러닝 (deep learning)을 고려한다면 그렇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공지능 분야는 두 번의 빙하기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2년 이전, 그동안 잔인할 정도로 긴 숙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상 이러한 시기를 두 번의 암흑기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2012년 앞뒤로 몇 년 사이에 몇 가지 간단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나타나면서 기존에 잘 알려진 인공신경망이 훨씬 더 뛰어난 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를 우리는 딥러닝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2016년 당시 알파고의 출현은 문자 그대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에서 대대적인 이벤트 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하지만, 그 충격은 포괄적인 것으로 일반인을 향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주변의 여전히 완고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이미 연역적 추론 (演繹的推論, deductive reasoning)에 의존한 프레임에서 성공한 사람들이고 인공지능 아니라도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 그것은 귀찮은 것 하나 추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변 사람들 모두 다 그렇지는 않았다. 딥러닝은 매우 포괄적인 접근법처럼 보였다. 매우 많은 분야에서 즉각적인 응용들은 불을 보듯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특정 분야 전문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문제를 보고 있으면 당장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앞을 가리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게 말이야, 바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인공지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렇지 않아?

이러한 판단은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보여서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지적에 대해서 적대적인 언급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당시 인공지능의 성과는 여전히 ‘증거 불충분’의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다시 흘렀다. 1년 후, 2017년 알파고 제로 (AlphaGo Zero)가 나타난 것이다. 사실, 필자는 알파고 제로에게서 더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알파고 제로 출현의 의미는 일반인 그리고 전문가들 모두에게 크게 간과된 측면이 있다. 알파고 제로는 알려진 데이터를 반드시 학습해야만 한다는 인공신경망에 대한 어쩌면 마지막 불문율 같은 것을 머릿속에서 폐기해야만 하게 했다. 편견의 말소는 혁신으로부터 나온다. 혁신할 수 있어야 편견이 파괴된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더 이상 현존하는 데이터에만 국한되어 성립될 수 있는 단순한 초귀납적 사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알파고 제로를 통해서, 우리는 바둑의 규칙만을 입력하고도 최종적으로‘바둑의 신’이 탄생할 수 있음을 목격했다. 바둑 학습에 기보 (棋譜)가 왜 필요해!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둑을 이론적으로 사실상 정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020년, 현재, 소위 제대로 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라면 프로기사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지지 않는다.

 

 

2017년 당시, 알파고 제로 개발팀은 소위 제일원리 (first-principles)로 바둑의 정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었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보를 보고 학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스로 학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름에 제로가 붙어 있는 것이고 제일원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여 정해진 의견이 없는 상태 (tabula rasa)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논문에서 강조한 바 있다. 충분히 스스로 학습하여 원리를 깨우친다는 뜻이다.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그것들은 학습의 속도와 학습의 수준을 각각 말한다. 다시 말해서, 그렇게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기보를 보고 학습하는 것보다 더 빠를뿐만 아니라 학습의 수준도 더 높다는 것이다.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정석 (定石)을 알파고 제로는 찾아낸 것이다. 이것이 알파고 제로가 새로운 차원의 바둑실력을 보일 수 있는 이유이다. 인간 지식의 한계에 더 이상 속박되지 않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둔 기보를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고? 펠레, 크라이프, 마라도나,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호날두, 그리고 메시를 보지도 않고 이들보다 더 뛰어난 축구선수가 가능하다고?

필자는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義自見) 또는 위편삼절 (韋編三絶)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믿고 있다. 물론,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알려진 정석을 얻어낼 때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정한 문제풀이에서 소위 응용력 없이는 많은 문제를 쉽게 풀 수 없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침착하게 헤아릴 수 있는 것과 같은 고도의 집중력과 숙성된 통찰력을 갖추지 못하면 더욱 그렇다. 교수님들은 말한다. 조금만 문제를 바꾸어 내면, 학생들이 아예 못 푼다.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수준 높은 학습의 부재는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하는 소위 창의력 부재로 이어진다. 때때로 우리는 창의력 부재라는 말 앞에서 가장 큰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또 진행되고 있었다.

2017년 알파고 제로가 나온 직후, 딥마인드 (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 (Demis Hassabis)는 진짜로 풀고 싶은 문제는 단백질 접힘 (protein folding) 그리고 물질설계 (materials design)라고 했다. 그때, 필자는 생각했다. 그렇지! 저 정도 문제를 풀어주어야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바둑에 문외한이라서 그렇게 생각한 측면도 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딥마인드는 2018년 알파폴드 (Alaphafold)라는 알고리듬을 들고 나왔다. 그야말로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정확히 2년 후, 2020년, 딥마인드는 알파폴드 2 (Alphafold 2)를 통해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에게 긍정적인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로 분류되는 단백질 구조예측 문제를 사실상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풀어낸 것이다. 구글이 이룩한 성과는 약 50년의 시도 끝에, 마침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아미노산 서열 정보로부터 접혀진 3차원 단백질 구조예측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대학교 그리고 연구소에서 이루어 내지 못한 괄목할 만한 과학적 성과이다. 이 놀라운 성과는 생명현상의 근원적 이해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단백질은 고유의 3차원 구조를 가질 때 비로소 ‘프로그램’되어 있는 생명현상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학적 성과는 질병 극복과 신약개발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다.

아무튼, 알파고, 알파고 제로, 알파폴드, 그리고 알파폴드 2로 이어지는 구글의 과학적 성과는 진실로 놀랍다. 대학교와 연구소 중심의 연구체계가 아닌 기업이 이루어 낸 학술적 성과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그동안 이루어 내지 못한 것들임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사실, 특정 분야에서 사람보다만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인공지능의 존재이유 (存在理由)는 충분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절대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쉬지 않고 결과물을 내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공지능의 목적과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더욱더 창의적인 일에 필요한 강력한 기초가 될 수 있고, 특정 분야에 필요한 기술적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공지능은 5000년 그리고 50년 동안 인류가 풀어내지 못한 것들을 각각 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20년,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나와는 상관없다. 둘째, 사용해보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셋째, 이것을 잘 사용하면 꽤 유용할 것 같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지? 지금, 또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어디까지 넘볼 수 있나? 그 대답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셋째 부류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답을 할 것이다.

 

 

 

Author

이인호

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Comments